의료사고와 치료비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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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의뢰인의 아내는 몇 년 전에 유명 종합병원에서 경추체 절제술과 추체간 융합술 및 고정술을 받은 후 사지마비와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이 후 소송을 통해서 병원의 의료과실을 밝혀냈고 50%의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병원으로부터 그 동안의 입원진료를 받은데 대한 진료비 합계 이억삼천만원을 납부하라는 내용증명이 배달되었습니다.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것도 억울한데 병원비까지 납부해야 할까요?


얼핏 보면 치료를 받은 건 사실이니깐 병원비를 내야 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병원 과실로 치료받은 것인데 병원비를 내라고 하니 황당하기도 합니다. 병원의 치료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비를 내야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병원에서 잘못만 안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부분으로 보이므로 지급할 필요가 없을 것도 같습니다.


두 견해 모두 일리가 있지만 먼저 이 사건은 형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분할채무다, 불가분채무다라는 법리적 관점보다는 과연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하는냐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불법행위제도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 ․ 분배를 꾀하는 제도라는 것이 대법원과 민법학계의 일치된 입장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으로 인하여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다면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망인은 의료사고를 당한 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의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손해 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원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수술비 내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위 판결은 의료과실이 몇 퍼센티지 인정되었든 아니면 상급병실을 사용했든 아니든 결론을 달리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뢰인은 병원에게 치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실무상 병원측이 치료비 청구를 했는데 환자나 유족측에서 의료사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반소 제기하여 환자나 유족측이 승소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병원측에서 치료비 청구를 할 때 유의해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