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랜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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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8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부터 상담을 받았습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소화정장영양제를 우유에 섞기 위해 뚜껑을 열었는데 내용물 안에서 건습제인 실리카겔을 막아놓았던 종이 뚜껑이 나왔다고 합니다. 실리카겔은 작은 원통형 용기에 담겨서 소화정장영양제 뚜껑에 부착되어 있었는데 이게 파손돼 있었던 겁니다. 내용물 안을 확인해보니 실리카겔 알갱이들이 반짝반짝 보일정도였지만 이미 2/3정도를 먹은 상태였습니다. 약 3주간 실리카겔이 섞인 소화정장영양제를 아기에게 먹인 것입니다. 이후 아기는 위장염과 간염으로 치료를 받았고 간 손상으로 인해 거의 간부전의 위험 상태에 놓여 있는 상태였습니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이 사건은 의료사고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소화정장영양제가 약물이고, 실리카겔은 화학물이라는 점에서 의료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준해서 자료를 검토하고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결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은 항소심에 이르러서 영양제를 제조한 회사가 원고들(아기 가족들)에게 2,000,000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를 제시하였고 당사자들이 이를 받아들여서 종료되었습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실리카겔 봉지를 보면 “Don`t eat!”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먹지마라! 직설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경고문구입니다. 하지만 실리카겔은 물에 잘 녹지 않는 화학물입니다. 맛과 냄새가 없고, 인체에 해롭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먹지 말라는 경고도 불필요합니다. 소송 초기에는 저도 몰랐습니다. 물에 목지 않을뿐더러 인체에 해롭지도 않기 때문에 실리카겔 복용으로 인해 위염, 장염, 간손상 등이 나타났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조 회사가 부주의하게 용기를 제작함으로써 실리카겔을 아기가 복용하도록 했다면, 그로 인해 부모들은 아기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조 회사가 어느 정도의 위자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했던 분쟁이었습니다.


의약품의 제조나 유통과정에서는 다른 제조물보다 더 큰 주의의무가 요청됩니다.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복용하게 되는 의약품의 제조나 유통과정이 소홀히 다뤄진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